8·15광복절을 앞두고 열린 파리올림픽에서의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善戰)과 놀라운 성과는 폭염과 뛰는 물가(物價)에 지친 우리 국민들을 잠시나마 위로하였고 행복하게 하였다.
이처럼 국민들을 격려하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적지 않는 예산을 들여 전문스포츠를 진흥시키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데올로기 대립이 치열했던 냉전 시기는 물론이고 탈냉전의 다원화를 지향하는 오늘날에도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곧 국력을 나타내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메달 색깔 하나하나에 국가적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처럼 올림픽에서의 낭보 속에서 국민들이 행복감에 젖어 있는 동안에도 국내의 정치상황은 “과연 정치란게 필요한 것인가”하는 회의감을 증폭시킬 만큼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무엇보다도 민생(民生)은 뒷전으로 한 채, ‘채상병 특검법’과 ‘김여사 특검법’ 등 야당에 의해 제기된 여러 특검법을 놓고 전개된 여야 간의 극한대립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극도로 높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 이 무렵에 특히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혼란스럽게 한 것은 1945년 해방이후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이 두 곳에서 따로따로 개최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여러 국가기념일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경일로 꼽히는 광복절이 정부 주최행사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 주최의 행사로 나뉘어 개최되면서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는 볼상 사나운 일이 벌어졌으니 참으로 민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따른 정부와 광복회 간의 입장차이와 대립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정부 소속 기관장의 임명권이야 당연히 대통령에게 있으니, 대통령의 임명행위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여 대통령이 누구라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당한 자격기준이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독립기념관장’이나 ‘국사편찬위원장’처럼 우리국가와 민족의 정체성 및 역사관과 관계있는 기관장의 경우, 국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 순리(順理)가 아닐까 싶다.
여러 저서나 논문 그리고 강연을 통해 항일투쟁을 폄훼하거나 임시정부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해 국민들에게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 사람을 임명하여 분란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물론 지리적으로 인접되어 있고 남북관계를 포함한 주변 정세가 엄혹한 현실 속에서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많은 국민들이 수긍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국민 대부분의 정서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동원 된 근로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보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것에 수긍하는 국민들이 그다지 많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대명제가 ‘국민통합’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무한 국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적 단합과 통합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이루어질 때만이 국민적 에너지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58.2%의 국민들이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하며,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고 응답한 국민들도 33%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해소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그동안의 지역 간 대립과 계층 간 갈등을 넘어 이념적 대립과 갈등마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국가발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임과 동시에 국가의 원수(元首)이다. 국가의 원수는 특정 정파나 지역 그리고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닌 국민통합의 상징적 존재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의 대립과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어서는 안 되며 국민을 대동단결시켜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선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K팝, K방산 등을 통해 우리 국가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국민통합을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국민통합에 앞장서야만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 © 위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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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열 교수 프로필]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조선대에서 법인사무국장, 사회과학연구원장, 사회과학대학장, 기획실장, 정책대학원장,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정년퇴임하였으며, 민주평통상임위원, 성균관 자문위원, 광주유학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와 한국 동북아학회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