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을 때는 쉬어가라(27회)
더 풀 수 있는 수다도 없는데.../ 박하경 작가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4/08/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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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을 한편 잘 써 내려가다가 7페이지에서 막혔다. 음… 풀리질 않는다.

이 시점에서 플롯을 변경하기도 그렇고 해서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풀리지 않을 때는 쉬는 거다. 이렇게 수다를 풀면서 말이지. 안예은의 노래를 찾아 켜고 볼륨을 한껏 높인 채 폼 롤러 위에 허리를 싣고 눈을 감는다. 바깥엔 거세던 빗발이 얌전해졌나 보다.

 

귀를 기울여도 비 기색이 느껴지질 않는다. 태풍 카눈이 완전 기력을 잃었나 보다. 티브이를 켜지 않은 지가 예법 오래다.

 

뉴스가 이미 뉴스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이미 뉴스는 기업이 되어버린 방송국에서 몇 사람의 입맛대로 골라 기사를 송출하고 맞는 팩트는 교통사고와 산불이 났다는 소식뿐이라고 정의를 내려버렸기에 아예 티브이를 켜지 않게 되더라.

 

그리고 입법을 담당한 국회에선 더럽게들 싸운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법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방해하고 훼방을 놓는 행위는 무엇일까?

 

마치 권력자들과 기득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려고 발악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마치 옳은 것처럼 보도되는 방송의 기능은 이미 시민 편이 아니라는 거지.

 

뉴스의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 개인방송국을 마음껏 꾸리는 시대를 맞이했다. 짬 날 때마다 잠깐씩이라도 열어보는 유튜브의 세계는 다양하면서도 즐겁다.

 

뉴스 역시 리얼하게 있는 그대로 현장을 직시할 수 있어서 진실한 뉴스를 원하는 나 같은 사람이란 사람에겐 아주 제격이다.

 

무더위와 몸을 뒤섞은 태풍이 가라앉으면서 사흘째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살만하고 잠을 잘 만하다. 태풍은 필요한 필수품까진 아니어도 이따금 사람의 목숨줄 터주는 숨구멍이지 싶기도 하고….

 

어제 월영시인과 딸랭이랑 두 아이와 함께 매봉골 흑염소 식당에 점심 예약해 두었다기에 다녀왔다. 주인장 시인은 변함없이 친절하고 다정하다. 상재를 타고난성싶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광주 이마트에 들려 장을 보는데 난 옆에서 슬슬 눈 구경을 했다. 아이쇼핑. 가득 쌓인 상품들과 먹거리들을 보면서 또한 그것들을 필요로 찾은 북적이는 인파를 보면서 사는 일이 이토록 치열할 일인가에 잠시 망연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브래지어 2개를 골랐네. 90A. 킬킬킬. 아직 필요하거든.

혹 모르지 수의 안에도 입게 될지도? 생각만 해도 재미있어서 혼자 웃었다.

 

월영시인이 스마트폰을 갤럭시 23 울트라로 바꿨다. 5년 사용하고 후론 딸랭이꺼 받아 쓸 거라나. 좋은 핸드폰을 새 걸로 장만하는 일은 마지막이지 않을까 푸념도 얹어서 말이다. 5년 후면 예순 예덟이 되니.

 

나는 512기가를 썼는데 핸드폰이 비틀거리면서 용량이 부족하다고 뜨면서 뭐가 자꾸 안 된다.

 

이래저래 힘써도 애써도 비틀거려서 유튜브 영상 만드는 것 때문에 사진과 동영상이 많아 노트북으로 데스크톱으로 옮기다가 결국 128기가로 바꾸어 1테라 SD 칩을 꽂아 쓰고 있다. 256기가 핸드폰과 512기가 핸드폰은 SD카드를 꽂을 수 없다나.

 

내 나이 칠십 안에 한 번은 더 바꿀 생각이다. 가장 좋은 신 핸드폰으로 말이다.

 

장을 보고 월영시인의 핸드폰을 찾아 딸랭이 아파트로 갔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꾸벅 졸다 저녁이 되자 저녁으로 분식을 시켰는지 연달아 라이더맨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쌀 떡볶이

밀가루 떡볶이

납작 만두

꼬마김밥 모둠 세트

순대

튀김 모둠 세트를 열었더니 만두 오징어 고추 깻잎 어묵 종류도 다양하구나. 맛있네. 맛있어.

 

난 튀김을 잘라 떡볶이 국물을 끼얹어 먹었다. 분식집에서 학생들이 그렇게 먹는 걸 보면서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적 있었거든. 우린 역시 배달의 민족이란 실감을 했지.

 

이런 분식 종류 같은 음식은 시켜 먹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 요즘 배달 문화에는 거침없는 주문 세례가 행해지고 라이더들이 도로 위를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더라니. 뜨끈뜨끈한 분식을 종류대로 먹으며 배달의 민족임을 절실하게 실감한 저녁이었다.

 

지난주 부터 유튜브 녹음을 못 하고 있다. 감기로 목이 잠기더니 목소리가 이틀 나오지 않더라고. 아직도 목에 가래가 끼어서 뱉어내야 해. 다음 주에나 녹음할 수 있겠네.

 

이쯤 수다를 풀어도 풀어야 할 전개가 쌈박하게 떠오르질 않는다.

더 풀 수 있는 수다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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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경 수필가 ©위드타임즈

[秀重 박하경 수필가 프로필] 

출생: 전남 보성. 시인, 수필가. 소설가 

한일신학교 상담심리학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경희사이버대학사회복지, 노인복지학 전공 

월간 모던포엠 수필 등단(2004).월간 문학바탕 시 등단(2007).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와 경기광주문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 부회장, 지필문학 부회장, 미당문학 이사,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 자문위원. 제2회 잡지 수기 대상 문광부장관상 ,경기광주예술공로상 등 수상, 시집 : <꽃굿><헛소리 같지 않은 뻘소리라고 누가 그래?> 소설집: < 군남여사 나셨도다> 외 동인지 다수 등 (현)운당하경서재(유튜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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