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도 끝났고 얼마 있지 않으면 22대 국회가 개원할 것이다. ‘총선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대통령과 여당이 21대 국회보다도 더 기울어진 국회 권력구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닌 4·10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보다도 더욱 강성인 ‘조국혁신당’이 제3당의 입지를 굳힌 상황은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삶이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실제 충장로를 걷다 보면 ‘임대문의’라는 표지가 붙은 가게들이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의 책임이 반드시 정치인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책무는 정치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어려워지니 다시 논어(論語)를 펼치게 된다. 공자님 당년에도 세상이 무척 힘들었던가보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님께서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력을 튼튼하게 하면 백성들이 믿을 것이다.”(足食足兵民信之矣)라고 말씀하신 대목이 나온다.
요즘말로 풀이하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안보가 튼튼하면 국민들이 정부를 믿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다’는 것으로 경제적·안보적 어려움이야 어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그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선거를 둘러싸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차례 모두 공산주의국가에서나 등장할 법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이 출현하였고 위성정당 두 곳에 모두 56억여원의 국가보조금이 지급되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두 위성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2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곧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다시 통합함으로써 56억여원의 국민세금만 먹고 튀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인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이미 여야간 극한적 정치투쟁이 시작되었고,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이러한 대립과 투쟁은 더욱 노골화 될 전망이다.
야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채상병특검법’, ‘김여사특검법’등을 밀어 부칠 태세이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전가의 보검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양날의 칼’이 되어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이쯤에서 우리는 김영삼과 김대중 전직 두 대통령에게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 역시 가족문제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고,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윤석렬 대통령과 대동소이이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두사람은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사과성명’을 발표하였고 당사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다시 『논어』로 돌아간다. 자공이 공자님께 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량, 군사력, 믿음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공자님께서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셨다. “군사력”을 버려야지!” “나머지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요?” “식량을 버려야지!” 백성들에게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역시 공자님다운 대답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자님의 가르침이 맹자(孟子)에게 이르러 “백성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民雖弱不可勝)는 민본사상(民本思想)으로 발전한 것이다.
물경 2,500년전에도 이러했거늘 어찌 21세기에 권력이 국민을 이기려 하며, 정치인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수열 학장 ©위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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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열 교수 프로필]
오수열 교수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타이완국립정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조선대학교에서 법인사무국장, 사회과학대학장, 기획실장, 사회과학연구원장, 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정년퇴임하였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로 광주유학대학장, 성균관자문위원, (사)21세기남도포럼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